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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암둥이/일상다반사

[기억] 스나이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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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yder's

간단히 아침 요깃거리를 구하러 빵집에 들렀다가

오래간만에 보는 녀석을 만났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는 군대이야기다

 

남자가 서로 나누지 않고는 못베기는(= 여성 분들은 미칠듯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라지만

 

이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라

남자도 별 재미없을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도 굳이 써내려가는 이유는

다른 이들을 위해 모아놓고 긁어놓은 많은 글 가운데

나만을 위한 글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다

 

귀퉁이에서 방해하지 않을테니까 네네

 

 

 

우리 부대 피엑스에 묘한 과자가 들어왔는데

짭쪼름하고 기름져 인기가 있는

누가 봐도 절대 조선 땅에서 나온 과자가 아닌

바로 스나이더 라는 과자였다.

 

문제는 이 과자가 그 인기에 비해 유입량이 턱없이 적어서

맨날 야근하고 일찍 일어나는 불쌍한 우리 사무실 병사들은

이 과자를 누리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평범한 간부인 내가 그 과자의 소문을 들은건 여느 때 처럼 작업하던 어느 날 이었다

같이 작업하던 아이가

힘들게 구한 과자라며 같이 드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평소에 사면 사지 애들건 안뜯는다는 소신으로 거부해온 터라

이번에도 사양을 하는데

어떻게 혼자 먹느냐며 계속 권하기에

내가 피엑스에 가서 추가로 과자를 더 사오는 조건으로 맛을 보았다.

 

흠....

사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권해준 아이가 맛있지 않느냔 눈으로 날 보고 있을 때

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 올릴 수 밖에 없었다

 

"맥주 안주로 딱이지 않습니까?"

 

거기엔 동의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이게 얼마나 구하기 힘든 녀석인지

어떤 각고의 노력으로 손에 넣은 한 봉지인지 서술하기 시작했다

 

그 장대한 서사시 속에서

 

나는 왜 이 아이가 한 봉지의 과자를

마치 장미꽃을 보는 어린왕자처럼 보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이게 이 과자와 나의 첫 대면이었다.

 

 

우리 부대는 독특하게 한 울타리 내에 연대급 제대가 여럿이라

피엑스만 군데군데 여덟 곳이 있었다.

 

그 모두에 들를 일이 많은 나는

일을 본 후 피엑스에 들르는 것을 소일거리 삼곤 했는데

맙소사 거기에 스나이더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일인즉 이게 취향타는 과자라

여기선 기피대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얼른 애들 머릿수만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집었다

하나는 정없고 세개는 주머니사정상.

그리고 애들에게 전해주었다.

그 좋아하는 표정들이란 ㅎ

 

 

이후로도 나는 종종 발견할 때마다 과자를 챙겨와

"아빠왔다" 하면서 넘겨주곤 했다.

 

시간이 흐르고 녀석들이 먼저 전역하고

나도 전역해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녀석들이 연락도 안하는걸 보니

내가 스나이더 몇 봉지로는 넘지 못할 대죄를 저질렀구나 싶지만

사소한건 넘어 가자.

 

 

오늘 이 녀석을 발견한 순간 나는 그냥 계산부터 하고 있었다.

여전히 내 취향도 아니고 줄 애도 없는데 말이다.

 

숙소로 들어와 문득 요 녀석의 쓰임새가 떠올랐다.

즉시 시행한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보고해 본다.

 

 

네가 말한대로 맥주 안주로 딱이다.

지금은 뭐하며 사느냐.

됐다.

그냥 부디 안녕하시라.

건강들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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